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수십 년을 함께 살았는데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남은 사람이 가장 먼저 듣는 말은 “상속인이 아니다”입니다. 이 말 자체는 맞습니다. 그런데 2026년에 대법원이 같은 영역에서 두 번 판단을 내놓으면서, 사실혼 관계가 어떻게 끝났는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갈리는 구조가 분명해졌습니다. 생전에 헤어졌다면 재산분할이라는 경로가 남아 있고, 함께 살다가 사망으로 끝났다면 상속권도 재산분할청구권도 없습니다. 이 글은 2026년 10월 24일 기준으로, 「민법」 법률 제21454호(2026년 3월 17일 시행)의 조문과 확인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그 분기점을 정리합니다.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인이 될 수 있나요?

될 수 없습니다. 「민법」 제1000조제1항은 상속인의 순위를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 열거하고, 「민법」 제1003조제1항은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1순위·2순위 상속인과 동순위 공동상속인이 되며 그 상속인이 없으면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정합니다. 조문은 ‘배우자’라고만 적고 혼인신고 여부를 따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 공백을 메운 쪽은 판례입니다. 대법원은 2006. 3. 24. 선고 2005두15595 판결에서,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종료된 경우에 생존한 상대방에게 상속권도 재산분할청구권도 인정되지 않는 것은 “사실혼 보호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는 사실혼 배우자를 상속인에 포함시키지 않는 우리의 법제에 기인한 것으로서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고 해석론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제도의 공백을 인정하면서도 해석으로는 메울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대목입니다.

상속인이 아니므로 상속인에게만 주어지는 권리도 함께 빠집니다. 유류분은 「민법」 제1112조가 ‘상속인의 유류분’을 정하는 구조여서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유류분 권리자의 범위는 유류분, 누가 얼마나 청구할 수 있나요?에, 상속 순위가 정해지는 기본 틀은 상속 순위·유류분·상속세 완전정리에 따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생전에 헤어졌는지, 같이 살다 사망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같은 사실혼인데 끝난 사정에 따라 남는 권리가 다릅니다.

사실혼이 끝난 사정상속권재산분할청구권근거
생전에 사실혼을 해소한 뒤 상대방이 사망없음있음대법원 2005두15595, 2026므10105
함께 살던 중 한쪽의 사망으로 종료없음없음대법원 2005두15595

2005두15595 판결의 논리는 두 단계입니다. 먼저 재산분할 규정은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인정되는 것이므로 사실혼관계에도 준용 또는 유추적용할 수 있고, 따라서 당사자들이 생전에 사실혼관계를 해소한 경우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할 수 있습니다. 반면 법률상 혼인관계가 일방의 사망으로 종료된 경우에도 생존 배우자에게는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고 상속권만 인정되는데, 사실혼에는 그 상속권조차 없으므로 사망으로 종료된 사실혼에서는 양쪽 모두 남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실무적으로 갈리는 지점은 ‘해소’라는 사실이 있었는지입니다. 별거 중이었는지, 관계가 끝난 상태였는지, 끝난 날이 언제인지에 따라 경로 자체가 생기거나 사라집니다.

2026년 대법원 판단은 무엇을 바꿨나요?

바뀐 것은 청구의 상대방입니다. 생전에 사실혼을 해소했다면 그 뒤 상대방이 사망해도 그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이 2026년에 두 차례 확인됐습니다. 종전에는 재산분할청구권이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을 가진다는 판례가 있어서, 상대방의 사망으로 관계가 소멸한다고 볼 여지가 남아 있었습니다.

대법원 2026. 1. 15.자 2024스876 결정은 법률상 이혼을 전제로 판단했습니다. 협의상 이혼에는 「민법」 제839조의2제1항이, 재판상 이혼에는 「민법」 제843조의 준용이 각각 근거가 됩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이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을 가지는 것은 맞지만,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하여 청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와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보면 이혼을 한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는 경우 그의 재산분할의무는 상속인들에게 승계된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혼을 한 당사자 일방은 사망한 전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26. 6. 5. 선고 2026므10105 판결은 그 법리를 사실혼으로 넓혔습니다. 사실혼관계 해소 후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면 그의 재산분할의무는 상속인들에게 승계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혼관계에 있던 당사자 일방은 사망한 전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판단을 읽을 때 혼동하기 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승계되는 것은 사망한 사람의 의무이고, 생존한 쪽의 청구권이 상속되는 것이 아닙니다. 일신전속성이 걸려 있는 쪽은 권리의 ‘행사’이므로, 청구할 사람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만 사망한 경우에는 그 장애가 작용하지 않는다는 구조로 읽힙니다. 또 2026므10105 판결이 바꾼 것은 상대방이 누구인가이고, 사망으로 종료된 사실혼에 재산분할을 열어 준 것이 아닙니다. 2005두15595의 결론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면 무엇을, 어느 시점 기준으로 계산하나요?

「민법」 제839조의2제2항은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이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고 규정합니다. 분할 비율이 조문에 적혀 있지 않다는 뜻이고, 법원이 사정을 참작해 정합니다.

기준 시점은 판례가 정리해 두었습니다. 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므10519 판결은 사실혼 해소를 원인으로 한 재산분할에서 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액수는 사실혼이 해소된 날을 기준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사실혼 해소 이후 사실심 변론종결 시까지 사이에 혼인 중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유지한 부동산 등에 발생한 외부적·후발적 사정으로서, 그로 인한 이익이나 손해를 일방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부부 공동재산의 공평한 청산·분배라고 하는 재산분할제도의 목적에 현저히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가액 산정에 참작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해소일 기준이 원칙이되 집값 변동 같은 후발 사정이 예외로 들어올 통로가 열려 있는 셈입니다.

실제 사건에서 정해진 비율은 참고 자료로만 읽는 것이 맞습니다. 2026므10105 사건의 원심은 분할대상 재산의 취득 경위, 형성·유지에 대한 기여 정도, 사실혼 기간, 사실혼 해소 무렵 각자 보유한 재산 현황 등을 고려해 비율을 원고 40퍼센트, 망인 60퍼센트로 정했고, 2023므10519 사건의 원심은 청구인 쪽 비율을 30퍼센트로 산정했습니다. 두 숫자는 그 사건의 사정에 따른 결과이고 법정 비율이 아닙니다.

기간도 조문을 그대로 확인해 둘 대목입니다. 「민법」 제839조의2제3항은 재산분할청구권이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조문의 문언이 ‘이혼한 날’이므로, 혼인신고가 없던 관계에서는 그에 대응하는 해소일이 언제인지를 먼저 특정해야 기간 계산이 시작됩니다. 2026므10105 사건에서도 재산분할의 기준이 되는 사실혼 기간 산정이 상고이유로 다투어졌습니다.

법마다 ‘배우자’의 범위가 다릅니다

사실혼 배우자가 모든 법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단어를 두고 법률마다 포함 여부를 다르게 적어 두었습니다.

법률조문사실상 혼인관계 포함
「민법」(상속)제1000조·제1003조포함 규정 없음, 판례상 상속인 아님
「국민연금법」(유족연금)제3조제2항, 제73조제1항제1호명문으로 포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유족급여)제5조제3호명문으로 포함
「주택임대차보호법」(임차권 승계)제9조명문으로 포함

「국민연금법」 제3조제2항은 “이 법을 적용할 때 배우자, 남편 또는 아내에는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고 정하고, 같은 법 제73조제1항제1호는 유족의 첫 순위로 배우자를 둡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3호도 유족을 정의하면서 배우자 뒤에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는 괄호를 달았습니다. 상속이 막혀 있다고 해서 공적 급여 쪽도 막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표의 기준 시행일은 「국민연금법」이 2026년 10월 20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2026년 7월 1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2026년 1월 2일입니다. 다만 유족연금은 「국민연금법」 제72조제1항의 가입기간·납부기간 요건과 제73조제1항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요건이 함께 걸리므로, 관계의 성격만으로 수급권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살던 집이 상대방 명의로 임차된 집이었다면 어떻게 되나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가 임차권의 승계를 따로 정하고 있는데, 작동 조건이 두 갈래입니다.

  • 같은 조 제1항: 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에는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가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합니다.
  • 같은 조 제2항: 임차인이 사망한 때에 사망 당시 상속인이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와 2촌 이내의 친족이 공동으로 승계합니다.

두 항을 나란히 놓으면 조문이 덮지 않는 경우가 드러납니다. 상속인이 있고 그 상속인이 사망 당시 그 주택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면 제1항도 제2항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또 제2항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승계는 단독이 아니라 2촌 이내 친족과의 공동 승계입니다.

시점 제한도 있습니다. 같은 조 제3항은 임차인이 사망한 후 1개월 이내에 임대인에게 승계 대상자가 반대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승계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승계를 원하지 않는 쪽에도, 승계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쪽에도 사망 후 1개월이 분기점이 됩니다. 같은 조 제4항은 임대차 관계에서 생긴 채권·채무가 임차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한 자에게 귀속된다고 하므로, 보증금 반환채권의 귀속도 이 승계 결과에 따라 정해집니다. 보증금을 돌려받는 절차 자체는 전세보증금을 못 받을 때: 임차권등기명령부터 소송까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상속인이 아무도 없으면 특별연고자로 받을 수 있나요?

「민법」 제1057조의2제1항은 피상속인과 생계를 같이 하고 있던 자, 피상속인의 요양간호를 한 자, 기타 피상속인과 특별한 연고가 있던 자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상속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분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오래 함께 생활한 사실혼 배우자가 문언상 들어맞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다만 이 경로는 상속인이 전혀 없는 경우에만 열리고, 그 ‘없음’을 확인하는 절차가 길게 앞에 붙습니다. 조문에 적힌 기간을 이어 붙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민법」 제1053조제1항: 상속인의 존부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 법원이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고 지체없이 공고합니다.
  2. 「민법」 제1056조제1항: 그 공고가 있은 날부터 3월 내에 상속인의 존부를 알 수 없으면, 관리인이 채권신고를 요구하는 공고를 하고 그 기간은 2월 이상이어야 합니다.
  3. 「민법」 제1057조: 위 기간이 지나도 상속인의 존부를 알 수 없으면 법원이 상속인수색 공고를 하고, 그 기간은 1년 이상이어야 합니다.
  4. 「민법」 제1057조의2제2항: 특별연고자의 청구는 위 상속인수색 기간의 만료 후 2월 이내에 하여야 합니다.

기간의 하한만 더해도 3월에 2월, 다시 1년이 쌓여 1년 5개월이 지나야 청구 창구가 열리고, 그 창구는 2개월만 열려 있습니다. 법정 하한이므로 실제로는 더 걸릴 수 있습니다. 청구가 없거나 분여되지 않으면 「민법」 제1058조제1항에 따라 상속재산은 국가에 귀속됩니다. 4촌 이내의 방계혈족까지 한 명이라도 상속권을 주장하면 이 경로는 애초에 열리지 않습니다.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정할 것은 사실혼이 어떻게 끝났는지입니다. 이 한 가지가 재산분할이라는 경로의 유무를 정하고, 다른 모든 판단이 그 뒤에 옵니다.

생전 해소였다면 해소일을 특정할 자료가 핵심이 됩니다. 「민법」 제839조의2제3항의 2년 계산과 2023므10519 판결의 재산 평가 기준 시점이 모두 그 날짜에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등록 이전 시기, 생활비 이전의 중단 시점, 관계 정리에 관한 문서가 서로 같은 날짜를 가리키는지 대조해 둘 대목입니다.

함께 살다가 사망으로 끝난 경우라면 민법상 두 권리는 닫혀 있으므로, 확인의 방향이 바뀝니다. 「국민연금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사실상 혼인관계를 명문으로 포함하므로 각 공단 창구에서 가입 요건과 생계유지 요건을 별도로 확인하는 쪽이고, 살던 집이 상대방 명의 임차주택이었다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의 조건과 사망 후 1개월이라는 시점이 먼저 걸립니다. 상속인이 전혀 없는 경우에만 특별연고자 분여라는 긴 경로가 남습니다.

상대방의 재산과 채무 내역을 확인해야 한다면 사망자 재산을 조회하는 공적 창구의 신청 자격을 먼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그 창구가 어디까지 열려 있는지는 안심상속서비스, 누가 언제까지 신청할 수 있나요?의 신청권자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한 공개 자료: 민법 제1000조 (국가법령정보센터), 민법 제1003조, 민법 제839조의2, 민법 제843조, 민법 제855조, 민법 제860조, 민법 제1014조, 민법 제1053조, 민법 제1056조, 민법 제1057조, 민법 제1057조의2, 민법 제1058조, 민법 제1078조, 민법 제1112조, 국민연금법 제3조, 국민연금법 제72조, 국민연금법 제73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 대법원 2026므10105, 대법원 2024스876, 대법원 2023므10519, 대법원 2005두15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