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않고 서 있던 차에도 책임이 생기나요?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운전 중이 아니었더라도 그 차가 그 자리에 그 상태로 있었다는 사정이 사고의 원인으로 평가되면 배상책임과 과실비율의 대상이 됩니다.

대법원 1997. 3. 11. 선고 96다33808 판결은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가 앞의 돌발사태를 피해 갓길로 급우회전하다가 갓길에 주차 중이던 차와 충돌한 사안에서, 그 차가 없었더라면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을 상황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갓길 불법주차와 충돌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이 판단은 “불법주차면 무조건 과실”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법원이 실제로 따진 것은 세 가지입니다. 그 자리에 세운 것이 법령을 어긴 것인지, 그 자리에 세워 둘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는지, 그리고 뒤에서 오는 차가 그 차를 알아볼 수 있는 상태였는지입니다. 이 세 축이 아래 각 항목에서 갈라집니다.

어디에 세우면 ‘불법주차·불법정차’가 되나요?

「도로교통법」은 금지의 강도를 두 단계로 나눠 둡니다.

구분근거 조문금지 범위대표적인 장소
정차 및 주차의 금지제32조잠깐 멈추는 정차까지 금지교차로·횡단보도·건널목·보도, 교차로 가장자리나 도로 모퉁이로부터 5미터 이내, 안전지대 사방 10미터 이내, 버스 정류지 표지로부터 10미터 이내, 건널목 가장자리나 횡단보도로부터 10미터 이내, 소방용수시설로부터 5미터 이내, 어린이 보호구역
주차금지의 장소제33조주차만 금지(정차는 가능)터널 안 및 다리 위, 도로공사 구역 양쪽 가장자리로부터 5미터 이내

터널 안과 다리 위가 제33조에만 있다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혼동되는 지점입니다. 이 구분 때문에 같은 장소라도 잠깐 멈춘 정차인지 계속 세워 둔 주차인지에 따라 위반 여부가 달라집니다.

장소가 금지 구역이 아니더라도 방법 규정이 따로 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34조는 정차·주차의 방법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1조제1항제1호는 도로에서 정차할 때 차도의 오른쪽 가장자리에 정차하되 차도와 보도의 구별이 없는 도로에서는 오른쪽 가장자리로부터 중앙으로 50센티미터 이상의 거리를 두도록 정합니다. 이 50센티미터 기준은 조문 문언상 정차에 관한 것이고, 주차의 장소·시간·방법은 같은 항 제3호가 시·도경찰청장이 정하는 바에 따르도록 별도로 위임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 본문은 정차·주차할 때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을 요구하면서, 단서 제2호에서 고장으로 부득이하게 주차하는 경우를 제외합니다. 고장으로 멈춘 차가 통행 방해 여부에서 다르게 취급되는 근거가 이 단서입니다.

경사진 곳에는 조치 의무가 더해집니다. 같은 영 제11조제3항은 주차제동장치를 작동한 뒤 내리막 방향 바퀴에 고임목을 설치하거나 조향장치를 도로의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놓도록 하며, 이 의무는 도로 외의 경사진 곳에서 세우는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에서는 「도로교통법」 제64조가 원칙적 금지를 두고, 고장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길가장자리구역(갓길 포함)에 세우는 경우(제3호) 등 아홉 가지를 예외로 열거합니다.

주차가 금지되지 않은 곳에 세웠는데도 과실이 인정되나요?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이 “주차금지 구역만 피하면 된다”는 통념과 가장 크게 갈리는 부분입니다.

대법원 1992. 5. 12. 선고 92다6112 판결은 밤에 도로 가장자리에 자동차를 주차하는 사람에게는, 그곳이 관계 법령에 따라 주차가 금지된 장소가 아니더라도 미등과 차폭등을 켜 두어 다른 차의 운전자가 주차 사실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할 의무와 다른 교통에 장해가 되지 않도록 주차할 의무가 법령상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판결이 참조조문으로 든 것은 당시의 「도로교통법」 제30조·제32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10조·제13조제1항으로, 현재의 조문 번호와는 다릅니다. 현행법에서 등화를 정한 조항은 「도로교통법」 제37조제1항인데, 이 조항의 제1호는 밤(해가 진 후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에 도로에서 차를 운행하는 경우와 “고장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도로에서 정차·주차하는 경우를 묶고, 제2호는 안개·비·눈이 올 때, 제3호는 터널 안을 같은 기준으로 규정합니다. 정차·주차에 대한 부분이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조문의 문언과 위 판결의 사실관계가 그대로 겹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판결의 의미는 “현행 제37조 위반이면 과실”이라기보다, 주차 장소가 적법하더라도 밤에 다른 운전자가 알아볼 수 없는 상태로 세워 둔 사정이 과실상계에서 참작될 수 있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같은 판결의 판시사항 가는 과실상계에서 말하는 과실이 불법행위 성립에 요구되는 엄격한 주의의무 위반뿐 아니라 단순한 부주의로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되게 한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보았습니다. 현행 규정 중에서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1조제2항 본문이 정차·주차할 때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을 요구하는 부분이 이 취지와 맞닿아 있습니다.

같은 취지에서 대법원 1997. 5. 30. 선고 97다10574 판결은 야간에 편도 1차선 도로에 위험표지판이나 미등 등을 설치하지 않은 채 주차해 둔 트랙터를 오토바이가 추돌한 사고에서 트랙터 소유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어떤 사정을 보고 인과관계를 인정했나요?

판결들이 공통으로 짚은 사정을 사건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판결상황인과관계 판단의 근거로 든 사정
대법원 1993. 2. 9. 선고 92다31101 판결야간에 미등·차폭등을 켜지 않고 불법주차한 트럭을 추돌트럭 운전사의 운행과 관련해 발생한 사고로 보아 트럭 소유자에게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운행공용자 책임 인정
대법원 1997. 3. 11. 선고 96다33808 판결고속도로 갓길 주차 차량과 급우회전 차량의 충돌그 차가 없었더라면 충돌이 발생하지 않았을 상황이라는 점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6873 판결선행 사고 수습이 끝난 뒤 갓길과 2차로를 절반씩 차지한 채 정차한 견인차정차할 부득이한 사유가 없었던 점, 경광등·비상등만 켜고 고장 등 경우의 표지를 하지 않은 점, 다른 차가 갓길로 급히 진입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던 점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다17359 판결선행 사고 후 고속도로 1차로에 차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수신호하던 동승자가 후행차량에 충격피보험차 운전자의 불법 정차와 후행 교통사고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인정

2003다6873 판결의 구조가 특히 참고가 됩니다. 이 사건 견인차는 고장으로 어쩔 수 없이 멈춘 차가 아니라 선행 사고가 이미 수습된 뒤에 남아 있던 차였고, 판결은 그 지점에 정차시켜 놓을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에 경광등과 비상등만 켜 두었을 뿐 고장 등 경우의 표지를 하지 않은 사정이 더해졌습니다. 이 판결이 참조조문으로 든 당시의 「도로교통법」 제61조는 현행 「도로교통법」 제66조에 대응하는 조항입니다. 현행법에서 갓길 정차가 허용되는 근거는 「도로교통법」 제64조제3호의 ‘고장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이므로, 멈춰 선 이유와 그 뒤에 한 조치가 함께 평가되는 구조는 지금도 같습니다.

주차 차량 쪽은 어떤 법적 책임을 지나요?

청구 근거가 둘로 나뉩니다.

사람이 다친 경우에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의 운행자 책임이 먼저 문제 됩니다. 92다31101 판결이 주차 차량 소유자에게 운행공용자 책임을 인정한 것이 이 경로입니다. 이 조항은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가 그 운행으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하거나 부상하게 한 경우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고, 면책은 단서 두 호로 한정합니다. 운행자 책임의 성립 요건과 누가 운행자가 되는지는 운행자책임의 판단 기준을 정리한 글에서 따로 다룹니다.

차량 파손만 있는 경우에는 「민법」 제750조의 일반 불법행위 책임으로 갑니다. 이때는 주차한 사람의 과실과 그 과실이 손해를 일으켰다는 인과관계를 청구하는 쪽이 밝혀야 합니다. 차량 손해의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되는지는 수리비·렌트비·시세하락손해의 인정 범위를 정리한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양쪽 모두 과실상계를 거칩니다. 「민법」 제396조는 손해배상의 책임 및 금액을 정할 때 피해자의 과실을 참작하도록 하고, 같은 법 제763조가 이를 불법행위에 준용합니다. 주차 차량과 다른 원인이 함께 작용한 사고라면 「민법」 제760조제1항의 공동불법행위로 연대책임이 문제 되기도 합니다. 92다31101 판결의 원심이 지하철 시공회사의 책임까지 인정했던 사안이 그 예이고, 대법원은 사고 장소가 공사구역 내인지에 대한 심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 부분을 파기했습니다. 과실비율이 실제로 어떤 자료로 정해지고 어떻게 다툴 수 있는지는 과실비율 산정 기준과 이의제기 절차를 정리한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불법주차 자체로는 어떤 제재를 받나요?

사고와 별개로 진행되는 절차가 있습니다.

위반 내용근거 조문제재
제32조(정차·주차 금지 장소), 제33조(주차금지 장소), 제34조의3(경사진 곳 조치), 제37조(등화, 제1항제2호는 제외) 위반「도로교통법」 제156조제1호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
제34조(정차·주차 방법) 위반 또는 제35조제1항의 이동 명령 위반「도로교통법」 제156조제4호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
제64조(고속도로등 정차·주차 금지), 제66조(고장 등의 조치) 위반「도로교통법」 제156조제3호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
위반 사실이 영상기록매체로 입증되나 운전자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로교통법」 제160조제3항제1호고용주등에게 2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견인은 별도 절차입니다. 「도로교통법」 제35조제1항은 제32조·제33조·제34조를 위반해 주차하고 있는 차가 교통에 위험을 일으키거나 방해될 우려가 있을 때 경찰공무원이나 시·군공무원이 이동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제2항은 운전자가 현장에 없으면 직접 주차방법을 변경하거나 지정된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합니다. 이동·보관·공고·매각에 들어간 비용은 제6항에 따라 차의 사용자가 부담하며,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3조제3항은 견인한 때부터 24시간이 지나도 인수하지 않으면 등기우편으로 통지하도록, 제4항은 사용자를 알 수 없으면 견인한 날부터 14일간 게시판에 공고하도록 정합니다. 반환 요구가 없는 상태가 이어지면 「도로교통법」 제35조제5항에 따라 매각이나 폐차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허용 쪽 규정도 함께 봐야 합니다. 「도로교통법」 제34조의2제2항은 시·도경찰청장이 안전표지로 구역·시간·방법과 차의 종류를 정해 정차나 주차를 허용한 곳에서는 제32조제7호·제8호와 제33조제3호에도 불구하고 세울 수 있도록 합니다. 현장 표지가 조문의 원칙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있다는 뜻입니다.

사고가 났을 때 무엇부터 확인해야 하나요?

  1. 주차 차량이 있던 지점이 「도로교통법」 제32조의 정차·주차 금지 장소인지, 제33조의 주차금지 장소인지, 아니면 두 조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곳인지를 확인합니다. 제33조만 걸리는 장소라면 잠깐 멈춘 정차였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2. 사고 시각이 해가 진 후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였는지, 안개·비·눈이 있었는지, 터널 안이었는지를 기록합니다. 「도로교통법」 제37조제1항의 등화 의무가 적용되는 상황이면 주차 장소가 적법했더라도 미등·차폭등 점등 여부가 별도의 쟁점이 됩니다.
  3. 주차 차량의 등화 상태가 남은 자료를 확보합니다. 블랙박스 영상, 주변 차량 영상, 인근 폐쇄회로 영상이 여기에 해당하며 보관 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아 조기에 보존을 요청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증거 확보 방법은 블랙박스 영상의 증거 활용을 정리한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4. 그 자리에 세워 둘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뒤에 어떤 조치를 했는지를 정리합니다. 2003다6873 판결이 보여주듯 고장 등 경우의 표지를 설치했는지, 비상등 외에 무엇을 했는지가 평가 대상이 됩니다.
  5. 도로 폭과 차량이 차지한 위치를 측정해 둡니다. 잠깐 멈춘 정차였다면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1조제1항제1호의 오른쪽 가장자리·50센티미터 기준이, 계속 세워 둔 주차였다면 같은 항 제3호(시·도경찰청장이 정하는 장소·시간·방법)와 같은 조 제2항의 통행 방해 여부가 방법 위반을 가르는 지점입니다.
  6. 사람이 다쳤는지에 따라 청구 근거가 달라지므로 인적 피해 유무를 먼저 확정합니다. 대인 손해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대물 손해는 「민법」 제750조가 출발점입니다.

이 글이 인용한 조문의 기준일은 2026년 7월 1일 시행 「도로교통법」(법률 제21246호), 2026년 8월 1일 시행 「도로교통법 시행령」(대통령령 제36114호), 2025년 10월 1일 시행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2026년 3월 17일 시행 「민법」입니다. 인용한 판결들은 각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를 전제로 한 판단이므로, 개별 사고에서 주차 차량 쪽 과실이 인정되는지와 그 비율이 얼마인지는 증거와 정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참고한 공개 자료: 「도로교통법」 제32조 (국가법령정보센터), 「도로교통법」 제33조, 「도로교통법」 제34조, 「도로교통법」 제34조의2, 「도로교통법」 제34조의3, 「도로교통법」 제35조, 「도로교통법」 제37조, 「도로교통법」 제64조, 「도로교통법」 제66조, 「도로교통법」 제156조, 「도로교통법」 제160조,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1조,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3조,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 「민법」 제396조, 「민법」 제750조, 「민법」 제760조, 「민법」 제763조, 대법원 1992. 5. 12. 선고 92다6112 판결, 대법원 1993. 2. 9. 선고 92다31101 판결, 대법원 1997. 3. 11. 선고 96다33808 판결, 대법원 1997. 5. 30. 선고 97다10574 판결,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6873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다1735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