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금과 휴차료는 법으로 정해진 금액인가요?
아닙니다. 두 금액 모두 법령이 액수를 정해 두지 않았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그 시행규칙의 조문에는 ‘면책금’이나 ‘휴차료’라는 표현 자체가 나오지 않습니다. 법이 정한 것은 금액이 아니라 ‘그 금액을 약관에 적어야 한다’는 의무입니다.
같은 법 제31조 제1항은 자동차대여사업자가 대여약관을 정해 사업 시작 전까지 시·도지사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변경할 때도 신고하도록 정합니다. 그 약관에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는 제31조 제4항이 국토교통부령으로 넘겼고, 시행규칙 제68조가 일곱 가지를 열거합니다. 이 가운데 사고 뒤 정산과 직결되는 항목은 제5호와 제6호입니다.
| 시행규칙 제68조 | 약관에 적어야 하는 사항 |
|---|---|
| 제1호 | 대여사업용 자동차의 종류 |
| 제2호 | 요금 및 보증금의 수수 또는 환급에 관한 사항 |
| 제3호 | 대여사업용 자동차의 취급에 관한 사항 |
| 제4호 | 대여책임이 시작되는 시기 및 끝나는 시기 |
| 제5호 | 대여사업자와 임차인 간의 책임 및 면책에 관한 사항 |
| 제6호 | 보험가입 및 손해배상에 관한 사항 |
| 제7호 | 그 밖에 대여사업자 및 임차인의 준수사항 등 필요한 사항 |
같은 이름의 항목이 회사마다 다른 금액으로 적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법은 항목의 목록만 정하고 금액은 각 사업자의 신고 약관에 맡겨 두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고가 난 뒤 물어야 할 첫 질문은 ‘법이 얼마로 정했는가’가 아니라 ‘내 계약에 적용된 약관이 얼마로 정했는가’가 됩니다. 이 글이 대조한 법령 판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2026년 7월 1일 시행판, 같은 법 시행규칙 2026년 4월 7일 시행판,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2025년 10월 1일 시행판과 같은 법 시행령 2026년 9월 10일 시행판,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2024년 8월 7일 시행판, 「민법」 2026년 3월 17일 시행판입니다. 금액을 정한 시행령은 개정이 잦으므로 실제 사건에서는 사고 당시 시행판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법이 정해 둔 보장은 무엇인가요?
법이 최저선을 정해 둔 부분은 ‘다른 사람’에게 생긴 피해입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5조 제1항과 제2항은 자동차보유자에게 대인 책임보험과 대물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같은 조 제4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동차와 도로가 아닌 장소에서만 운행하는 자동차를 적용에서 제외합니다), 제3항은 일정한 사업자에게 그보다 높은 대인 한도를 추가로 요구합니다. 제3항 제2호가 지목한 대상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8조 제1항에 따라 등록한 자동차 대여사업자입니다.
| 구분 | 근거 | 금액 |
|---|---|---|
| 대인 의무보험(사망) |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1호 | 1억5천만원 범위의 손해액, 손해액이 2천만원 미만이면 2천만원 |
| 대인 의무보험(부상·후유장애) |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2호·제3호 | 별표 1·별표 2가 정한 금액 범위의 손해액 |
| 대물 의무보험 | 시행령 제3조 제3항 | 사고 1건당 2천만원 범위의 손해액 |
| 대여사업자의 추가 대인 | 시행령 제4조 | 피해자 1명당 1억원 이상 또는 발생한 모든 손해액 |
렌터카가 일반 자가용보다 높은 대인 보장을 깔고 있는 근거가 시행령 제4조입니다. 다만 이 조문들이 겨누는 대상은 모두 사고로 피해를 입은 다른 사람이고, 빌린 차 자체의 파손은 여기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의무보험 체계가 제3자 보호를 목적으로 설계되어 있으므로, 임차한 차량의 수리비와 그 차가 영업에 쓰이지 못한 기간의 손실은 법정 의무보험의 대상이 아니라 계약과 약관이 처리하는 영역으로 남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면책금과 휴차료가 약관에서 나오는 구조적 이유입니다. 내 차가 파손됐을 때 상대 보험사에서 받는 쪽의 기준은 대차료와 휴차료의 인정 기간을 다룬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름이 비슷한 자기부담금과 사고부담금의 차이는 사고부담금 기준을 다룬 글에서 구분했습니다.
계약을 위반한 운전이었으면 피해자 보상까지 막히나요?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대법원 2021. 4. 15. 선고 2020다281329 판결은 계약서에 없는 제3자가, 그것도 계약이 정한 운전 가능 연령에 못 미치는 사람이 운전하다 사고를 낸 사안에서, 그런 사정만으로 대여업자의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판결이 든 논리는 두 단계입니다. 먼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의 ‘자기를 위하여 자동차를 운행하는 자’에서 운행의 지배는 현실적 지배에 한정되지 않고 사회통념상 간접지배 내지 지배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포함합니다. 이어서 대여업자는 임대목적차량의 보유자로서 계약에 따라 임차인에 대한 인적 관리와 차량에 대한 물적 관리를 하게 되므로, 관리가능성 내지 지배가능성이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운행지배관계가 직접적이고 현재적으로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위에서 운전자가 임차인이 아닌 제3자라거나 무면허 등으로 계약이 정한 운전 금지 또는 보상 제외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운행지배나 운행이익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 법리는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73424 판결과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4608 판결을 인용해 확인한 것입니다.
이 판결을 읽을 때 범위를 넓히지 않도록 주의할 지점이 있습니다. 다툼의 당사자는 두 보험자였고, 쟁점은 피해자에 대한 운행자책임을 누가 지느냐였습니다. 즉 계약 위반이 있어도 피해자에 대한 보상 경로가 곧바로 닫히지는 않는다는 뜻이고, 임차인이 대여회사에 대해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피해자 관계에서 지급된 돈이 내부적으로 누구에게 최종 귀속되는지는 구상과 약관의 문제로 따로 남습니다. 운행자책임 자체의 구조는 운행자책임과 자배법 제3조를 다룬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하면 법으로 제재받는 행위는 무엇인가요?
약관 위반과 법 위반은 층이 다릅니다. 약관 위반은 보상 제외나 손해배상으로 이어지는 계약 문제이고, 아래 두 행위는 그와 별개로 형벌이나 과태료가 붙는 법 위반입니다.
| 금지 행위 | 근거 | 제재 |
|---|---|---|
| 임차한 차를 유상 운송에 사용하거나 다시 남에게 대여, 또는 이를 알선 | 제34조 제1항 | 제90조 제6호의2,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
| 임대차계약서에 운전자로 열거되지 않은 사람에게 운전하게 함 | 제34조의5 | 제94조 제2항 제6호의4, 500만원 이하 과태료 |
| 임차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명의를 빌려주거나 빌림, 또는 알선 | 제34조의4 | 제91조 제6호,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
제34조의5에는 예외가 셋 있습니다. 임차인이 법인이거나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의 상시 5명 이상 근로자를 쓰는 개인사업자로서 계약서에 운전자를 지정하지 않은 경우, 제34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대리운전자를 알선하는 경우, 그리고 계약서에 지정하지 않은 운전자의 운전이 불가피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입니다. 또 같은 행위가 제90조 제6호의2에 해당하면 과태료 규정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여사업자 쪽에도 대응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제34조의2 제2항은 대여 시점에 운전자격확인시스템으로 계약서상 운전자의 면허 보유와 면허 범위를 확인하게 하고, 무면허이거나 면허가 정지된 경우 또는 차종이 면허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대여 자체를 금지합니다. 이를 위반한 사업자는 제94조 제2항 제6호의3의 과태료 대상이면서 제85조의 사업 처분 사유에도 해당합니다.
실무적 의미는 이렇습니다. 운전자 명의를 계약서와 다르게 운용한 정황이 남으면 약관상 보상 제외 주장과 행정 제재가 함께 걸릴 수 있고, 그 상태에서는 면책금 상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약관 조항이 등장할 여지가 생깁니다. 반대로 계약서상 운전자가 직접 운전한 통상적인 사고라면 다툼의 무대는 약관의 금액 조항으로 좁혀집니다.
휴차료를 청구받으면 무엇을 따져야 하나요?
휴차료는 차를 고치는 동안 그 차를 영업에 쓰지 못해 생긴 손실을 메우라는 청구입니다. 근거는 임차인의 계약상 의무에서 나옵니다. 「민법」 제374조는 특정물 인도 채무자에게 인도할 때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할 의무를 지우고, 제654조가 준용하는 제615조는 차주가 차용물을 반환할 때 원상에 회복하도록 정합니다. 이 의무를 지키지 못했다면 제390조에 따른 손해배상 문제가 됩니다.
금액의 한도를 정하는 조문이 제393조입니다. 제1항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통상의 손해로 한정하고, 제2항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만 배상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따라서 청구서를 받았을 때 확인할 값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 산정의 기초가 된 기간이 실제로 수리에 필요한 기간인지, 부품 수급이나 입고 대기로 늘어난 기간까지 포함되어 있는지
- 1일 단가가 무엇을 기준으로 계산된 것인지, 그 계산 방식이 약관에 적혀 있는지
- 그 손실이 통상손해의 범위에 드는지, 아니면 제393조 제2항이 말하는 특별한 사정에 따른 손해인지
면책금은 성격이 다릅니다. 실제 손해액을 계산해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나면 정액을 부담하도록 미리 약정해 둔 조항에서 나오므로, 다툼의 초점이 손해액 산정보다 그 조항 자체의 유효성으로 옮겨갑니다. 두 청구가 한 장의 정산서에 함께 적혀 오는 경우가 많아, 항목별로 근거를 나누어 확인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약관 조항이 과중하다고 보이면 어떻게 다투나요?
약관이라고 해서 적힌 대로 전부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내용 통제 장치를 여러 층으로 두고 있고, 그중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둔 조항을 직접 겨누는 규정이 제8조입니다.
| 근거 | 내용 | 쓰이는 국면 |
|---|---|---|
| 제6조 제1항 |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공정성을 잃은 조항은 무효 | 조항 전반의 일반 심사 |
| 제6조 제2항 |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예상하기 어려운 조항,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은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추정 | 정액 부담·보상 제외 조항 |
| 제8조 |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조항은 무효 | 면책금·위약금 성격의 정액 조항 |
| 제17조 | 사업자는 불공정약관조항을 계약 내용으로 해서는 안 됨 | 사용 자체의 금지 |
| 제19조 |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 등록된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 사업자단체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 청구 | 개별 소송 밖의 경로 |
제19조에서 눈여겨볼 점은 청구 주체가 당사자 본인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계약 당사자는 ‘법률상의 이익이 있는 자’로 직접 청구할 수 있고, 한국소비자원과 등록 소비자단체도 독자적인 청구 주체가 됩니다. 제2항은 청구를 서면이나 전자문서로 제출하도록 정합니다. 소송으로 금액을 다투는 것과 조항 자체의 위법성을 심사받는 것이 서로 다른 경로라는 뜻입니다.
표준약관도 판단 재료가 됩니다. 앞서 본 대법원 2020다281329 판결의 원심은 자동차대여표준약관에 임차 기간 중 계약서상 운전자 외의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고 그런 사고는 보상받지 못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삼았습니다. 개별 사업자의 약관이 표준약관의 틀에서 얼마나 벗어나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짜여 있는지를 견주어 보면, 제6조 제2항의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를 가늠하는 재료가 됩니다.
정산서를 받은 뒤 어떤 순서로 확인하면 되나요?
먼저 갈라야 할 것은 문서의 종류입니다. 청구 금액 하나를 놓고 다투기 전에, 적용된 약관의 전문과 임대차계약서, 사고 접수 내역, 수리 견적과 실제 수리 내역이 각각 손에 있어야 항목별 근거를 맞춰볼 수 있습니다.
- 임대차계약서에서 운전자로 열거된 사람과 실제 운전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이 한 가지가 약관상 보상 제외 주장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4조의5 적용 여부를 함께 가릅니다.
- 계약에 적용된 대여약관 전문을 사업자에게 요구해, 면책금 액수와 휴차료 산정 방식이 어느 조항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 찾습니다. 약관은 제31조에 따라 시·도지사에게 신고된 문서입니다.
- 정산서를 항목별로 나눕니다. 수리비, 면책금, 휴차료, 감가 명목의 금액은 근거가 서로 다르므로 한 덩어리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 휴차료는 청구된 기간이 통상 수리 기간과 맞는지, 단가 산정 방식이 약관에 있는지를 「민법」 제393조의 통상손해 기준으로 견줍니다.
- 면책금은 금액의 계산보다 조항의 유효성이 쟁점이므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제8조에 비추어 과중한지 검토하고, 필요하면 제19조의 심사 청구나 한국소비자원의 절차를 살펴봅니다.
- 다른 사람이 다치거나 물적 피해가 발생한 부분은 별개 경로입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5조와 시행령 제3조·제4조가 정한 보장이 먼저 작동하고, 그 뒤의 내부 정산이 임차인과 회사 사이의 문제로 남습니다.
여기까지의 틀이 그대로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글이 다룬 것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8조 제1항에 따라 등록한 자동차대여사업자와 임차인 사이의 관계이므로, 시설대여(리스)처럼 근거 법률과 계약 구조가 다른 거래나 국외에서 빌린 차량에는 같은 조문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계약의 상대방이 어느 법률에 따라 등록한 사업자인지가 출발점이 됩니다. 금액이 크거나 조항의 해석이 갈리면 자격 있는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참고한 공개 자료: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31조, 제34조, 제34조의2, 제34조의4, 제34조의5, 제85조, 제90조, 제91조, 제94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68조, 시행규칙 제69조,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5조,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시행령 제4조, 민법 제374조, 민법 제390조, 민법 제393조, 민법 제615조, 민법 제654조,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4조, 제6조, 제8조, 제17조, 제19조, 대법원 2020다281329